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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푸른 점 · 나우간

7화. 아르테미시아

2026. 7. 15. ·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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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선의 해치가 열리자, 철수는 처음으로 달의 공기—라기보다는 정확히는 기지 내부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여압된 통로를 지나 도착한 아르테미시아 기지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지하로 파고든 여러 개의 돔 구조물이 터널로 연결되어 있었고, 각 돔마다 주거동, 연구동, 관제동으로 용도가 나뉘어 있었다. "환영합니다." 기지 관리인이 승객들을 맞이했다. "아르테미시아는 현재 상주 인원 42명, 순환 방문객 최대 20명을 수용하는 시설입니다. 배정된 숙소는 주거동 3층입니다." 숙소는 작지만 아늑했다. 창문 대신 벽면에 지구 저궤도 실시간 영상을 띄우는 모니터가 있었다. 철수는 그 화면 속 작은 푸른 점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저것이 지구라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았다. 이튿날, 지은과 철수는 기지 곳곳을 둘러보며 지형을 익혔다. 연구동 복도를 지나던 중, 지은이 걸음을 멈췄다. 복도 끝, 다른 구역과 확연히 다른 두꺼운 격벽 문이 있었다. 문패에는 낡은 표지판 하나만 붙어 있었다. 구(舊) 데이터 보관실 — 접근 제한 "저기예요." 지은이 낮게 말했다. "정거장 기록보관소 직원이 말한 '기밀 로그'는 원래 여기서 관리되던 자료예요. 이 기지가 세워질 때, 화성 임무 관련 서버 일부가 이곳으로 이관됐다는 기록을 찾았어요." "왜 하필 여기로요?" "화성과의 통신 중계소 역할을 겸했던 곳이니까요. 지구보다 지연 시간이 짧아서, 심우주 통신 백업 서버로 쓰였을 거예요." 철수는 격벽 문의 잠금장치를 살펴보았다. 생체 인식과 카드키가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거, 그냥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래서 계획이 필요해요." 지은이 목소리를 낮췄다. "기지 직원들 근무 일정을 보니, 야간에는 관제동에 최소 인원만 남아요. 자정부터 새벽 세 시 사이가 가장 감시가 느슨한 시간대예요." "카드키는요?" "제가 어떻게든 구해볼게요." 지은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예전 동료 중에 아직 우주국에 남아있는 사람이 있어요. 정식으로 요청하면 거절당하겠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날 저녁, 식당에서 철수는 다시 한도영 기장과 마주쳤다. 기장은 이번엔 먼저 다가와 철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박지은 씨는 어디 있습니까?" "숙소에서 쉬고 있어요." 철수는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했다. 기장은 한동안 말없이 식판을 내려다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 정지훈의 딸이죠." 철수는 순간 숨이 막혔다. "...알고 계셨어요?"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요." 기장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지금, 두 분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대충 짐작이 갑니다." "그럼 도와주실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장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이 어떤 대답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 "이건... 제가 함부로 열어도 되는 문이 아닙니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도 그날 이후로 11년을 그 문 앞에서 서성이기만 했어요." 그 말을 남긴 채, 기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섰다. 철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들은 말이 경고인지 아니면 무언의 허락인지 알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온 철수는 지은에게 방금의 대화를 전했다. 지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문 앞에서 서성였다'는 건... 기장님도 진실을 알고 싶어 했다는 뜻이겠죠."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그럼 오늘 밤, 계획대로 움직여요." 창밖 모니터 속 지구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자정까지, 이제 여섯 시간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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