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달로 가는 길
2026. 7. 15. · 👁 6
사흘째 되던 아침, 정거장 방송이 착륙선 탑승을 알렸다. 아르테미시아 달 기지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이었다. 탑승 전, 승객들은 착륙선용 EVA(선외활동) 우주복 훈련을 짧게 받았다. 궤도 이동용 압력복과 달리, EVA 우주복은 훨씬 무겁고 두꺼웠다. 달 표면의 방사선과 극한의 온도차를 견디도록 설계된 다층 구조였다. "달 표면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입니다. 걷는 법부터 다시 배우셔야 해요." 교관이 정거장 한쪽에 마련된 저중력 시뮬레이션 구역으로 승객들을 안내했다. 특수 하네스로 체중의 대부분을 지탱한 채, 철수는 처음으로 '깡충깡충' 걷는 법을 연습했다. "자연스럽게 걸으려고 하면 오히려 넘어져요. 살짝 뛰듯이, 리듬을 타야 해요." 몇 번을 넘어지고 나서야, 철수는 요령을 터득했다. 몸이 가벼워지는 감각, 한 걸음마다 붕 뜨는 듯한 도약. 그것은 무중력과도, 지구의 중력과도 다른 낯선 균형이었다. 착륙선은 정거장보다 훨씬 작고 좁았다. 좌석 여섯 개가 전부인 소형 선체 안에서, 철수와 지은은 나란히 앉았다. 창밖으로 정거장이 서서히 멀어지고, 그 너머로 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거 보세요." 지은이 태블릿 화면을 철수 쪽으로 기울였다. 정거장 통신실에서 몰래 빼낸 자료라고 했다. 우주국 인사 기록의 일부였다. "한도영... 2029년 관제팀?" 철수가 화면을 들여다보며 눈을 크게 떴다. "맞아요. 정지훈의 화성 임무 당시, 한도영은 지상 관제센터의 비행역학 담당관이었어요. 통신이 끊기기 직전까지, 아버지와 직접 교신한 사람 중 하나였다는 거예요." 철수는 5화에서 마주쳤던 기장의 흔들리던 눈빛을 떠올렸다. "그럼 우리가 정지훈 얘기를 꺼냈을 때 반응이 이상했던 것도—" "당연한 거였죠." 지은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상한 게 하나 더 있어요. 이 기록에 따르면, 한도영은 사고 발생 3주 뒤에 관제팀에서 갑자기 사임했어요. 그리고 2년 동안 어디서도 근무 기록이 없다가, 민간 우주비행사로 재취업했어요." "공백기가 있었다는 거네요." "네. 뭔가를 겪고, 숨긴 사람처럼요." 착륙선이 살짝 흔들리며 자세를 조정했다. 스피커에서 조종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달 궤도 진입 완료. 아르테미시아 기지까지 착륙 시퀀스 시작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 표면은 회색빛의 황량한 대지였다. 크레이터들이 촘촘히 박힌 그 풍경 위로, 착륙선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졌다. "착륙하면, 기장님께 직접 물어볼 생각이에요?" 철수가 물었다. "아니요."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물어보면 발뺌하거나, 아예 저희를 경계할 거예요. 먼저 확실한 증거부터 찾아야 해요. 기지 서버에 남아 있을 원본 로그요." "그건 어떻게 접근하려고요?" 지은이 대답 대신 옅게 웃었다. "그건... 도착해서 생각해봐요." 철수는 그 미소에서 결연함과 불안이 동시에 묻어나는 걸 느꼈다. 착륙선이 서서히 하강하며, 계기판의 경고음이 부드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고도 500미터. 착륙 준비." 창밖 회색 대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철수는 손목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말대로, 시간은 여기서도 똑같이 흐르고 있었다. 다만 그 시간이 향하는 곳이,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것만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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