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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푸른 점 · 나우간

19화. 귀환의 조건

2026. 7. 16. ·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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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이 돌아온 건, 몇 초의 침묵 끝이었다. "길잡이호, 여기는 긴급 대응팀. 현재 좌표에서 대기하라. 곧 접근하여 직접 지원하겠다." 한도영의 표정이 굳었다. "대기하라고요? 응급 환자가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안전 절차상, 접선 없이 임의 이동은 위험하다. 협조 바란다." 철수는 한도영의 얼굴에서 확신이 사라지는 걸 보았다. "이상해요. 진짜 구조팀이라면, 환자 상태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맞습니다." 한도영이 낮게 말했다. "이건 구조 절차가 아닙니다. 저희를 붙잡아두려는 겁니다." 지은이 의료 캡슐에서 뛰쳐나오듯 나왔다. "무슨 소리예요? 아버지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요.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야 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알고 있습니다." 한도영이 조종간을 다시 잡았다. "그러니 대기 명령을 무시하겠습니다." 길잡이호는 지시받은 좌표를 벗어나, 곧장 지구를 향한 최단 항로로 방향을 틀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계기판에 새로운 경고가 떴다. 미확인 선박 1척, 접근 중 — 거리 급속히 좁혀짐 "저쪽도 저희 항로를 예측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도영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따돌려야 합니다." "이 배로 그게 가능해요?" 철수가 물었다. "길잡이호는 원래 정찰용으로 개조된 기체입니다. 속도만큼은 밀리지 않을 겁니다." 한도영의 손이 조종간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다만 연료가 문제입니다. 이대로 전속력을 내면, 지구 근처에서 연료가 바닥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마지막 감속 기동을 할 여유조차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가야 해요." 지은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버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요." 한도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추진기를 최대 출력으로 밀어 넣었다. 선체가 진동하며 가속했다. 뒤쫓던 미확인 선박과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몇 시간의 추격전 끝, 길잡이호는 지구 근접 궤도에 진입했다. 연료 경고등이 붉게 깜빡이고 있었지만, 한도영은 침착하게 마지막 항로를 계산했다. "이제 본부와 직접 교신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숨기지 않고, 모든 걸 공개적으로 요청할 겁니다. 저쪽이 은밀하게 움직인다면, 저희는 그 반대로 가야 합니다." 그는 공용 채널을 열어, 모든 우주국 소속 관제소에 동시 송신되는 비상 구조 요청을 보냈다. 오리온-X 사건의 개요와 정지훈의 생존 사실, 그리고 자신들이 겪은 접근 방해까지 모두 포함한 내용이었다. "이건 비공식 임무가 아닙니다. 11년간 은폐되어 온 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관제소가 이 기록의 증인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송신이 끝나자, 잠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관제소로부터 동시다발적인 응답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은은 여전히 정지훈의 손을 붙잡은 채, 창밖으로 점점 커지는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 작고 푸른 점이, 이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아버지." 그녀가 속삭였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철수는 조종석 옆에서 응답이 쏟아지는 통신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몇몇 관제소는 즉각적인 의료 지원을 약속했고, 다른 몇몇은 오리온-X라는 이름에 놀란 듯 재확인을 요청해왔다. "최윤아 실장 쪽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한도영이 화면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뭐라고요?" 철수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자신도 착륙 지점에서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한도영이 짧게 답했다. "무슨 의도인지는, 도착해봐야 알겠죠." 지은은 그 말을 들으면서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신경은 오직 아버지의 미약한 숨소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든," 철수가 지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저희는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이 배 안에 있는 사람도, 지구에 있는 진실을 아는 사람들도요." 지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잡았다. 길잡이호는 대기권 진입 궤도를 향해, 마지막 항로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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