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살아남은 자
2026. 7. 16. · 👁 6
두 번째 좌표에 가까워지자, 계기판의 신호 감지기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전 관측기지에서 잡히던 것과는 다른, 훨씬 약하고 불규칙한 신호였다. "생체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한도영이 스캐너를 조정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긴장이 서렸다. "생체... 신호요?" 지은이 숨을 삼켰다. "아직 확신할 순 없습니다. 미세하고 불안정해요. 하지만 완전히 죽은 기계 신호와는 패턴이 다릅니다." 한도영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마음의 준비를, 양쪽 다 하고 가시죠." 길잡이호가 서서히 접근하자, 어둠 속에서 작은 물체 하나가 조명에 드러났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크기의, 낡고 찌그러진 소형 캡슐이었다. 표면에는 손으로 직접 부착한 것으로 보이는 조악한 태양광 패널 조각들이 이어붙여져 있었다. "저게... 정지훈 대원이 개조한 이동수단인 것 같습니다." 한도영이 말했다. 지은은 관측창에 손을 갖다 대며, 그 캡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9년 전 사진 속 젊은 모습과, 지금 저 안에 있을 아버지의 모습이 도무지 겹쳐지지 않았다. 도킹은 조심스럽게 이루어졌다. 캡슐 내부의 산소와 온도는 극한에 가까웠다. 세 사람은 서둘러 EVA 우주복을 착용하고, 응급 처치 장비를 챙겼다. 해치가 열리자, 좁은 캡슐 안 침상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극도로 야윈 몸, 하얗게 센 머리카락, 그리고 낡은 생명 유지 장치에 연결된 튜브들. "아버지…" 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지훈이었다. 눈을 감은 채, 미약하게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생명 유지 장치의 계기판에는 아슬아슬한 생체 수치가 깜빡이고 있었다. "살아있어요." 한도영이 재빨리 신호를 확인하며 말했다. "미약하지만, 심박이 있습니다. 장기간 저체온 유지 상태로 신진대사를 극도로 낮춘 것 같아요. 일종의 원시적인 동면 방식입니다." "살릴 수 있어요?" 지은이 다급히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이 섞여 갈라져 있었다. "지금 상태로는 위중합니다. 즉시 응급 처치가 필요해요. 하지만 길잡이호의 의료 장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도영의 표정이 굳었다. "최대한 빨리, 제대로 된 의료 시설로 옮겨야 합니다." 세 사람은 정지훈을 조심스럽게 들것에 옮겨, 길잡이호의 의료 캡슐로 이송했다. 지은은 그 옆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앙상한 손을 붙잡은 채, 그녀는 계속해서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아버지, 저예요. 지은이에요. 이제 괜찮아요. 제가 왔어요." 정지훈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완전히 깨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지은은 오열했다. 철수는 조용히 의료 캡슐 문을 닫아주며, 두 부녀만의 시간을 지켜주었다. 조종석으로 돌아온 그에게, 한도영이 낮게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간 싸움입니다. 지구까지 최단 항로로 돌아가야 해요." 계기판에는 여전히 정체불명의 통신 시도가 깜빡이고 있었다. 이번엔 그 신호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는 예감이 철수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스쳤다. "받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철수가 물었다. "정지훈 씨 상태가 위중하잖아요. 만약 저게 구조를 도와줄 수 있는 신호라면—" 한도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지금은 숨어있을 때가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채널을 열자, 지지직거리는 잡음 끝에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길잡이호, 응답하라. 여기는 우주국 심우주탐사본부 긴급 대응팀이다. 현재 위치와 상태를 보고하라." 철수와 한도영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예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저희 위치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철수가 낮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한도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만 확실한 건, 저 팀이 저희를 돕기 위해서만 온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마이크를 눌렀다. "여기는 길잡이호. 응급 환자가 있다. 즉시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 응답은 몇 초간의 침묵 끝에 돌아왔다. 그 짧은 침묵 속에 담긴 무게를, 세 사람 모두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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