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표류물
2026. 7. 16. · 👁 7
두 번째 좌표를 향한 항로는 첫 번째보다 훨씬 험난했다. 소행성대의 이 구역은 잔해 밀도가 갑절로 높았고, 크고 작은 파편들이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떠돌고 있었다. "자동 회피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한도영이 조종간을 수동으로 전환하며 말했다. "제가 직접 조종하겠습니다. 두 분은 안전벨트 단단히 매세요." 길잡이호는 파편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선체가 몇 번이고 급격히 방향을 틀 때마다, 철수는 좌석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지은도 창백해진 얼굴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순간,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선체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경고 — 선체 외피 손상 감지, 3번 구획 산소 누출 "뭐에 부딪힌 거예요?" 철수가 다급히 물었다. "소형 얼음 파편입니다. 자동 회피가 반응하기엔 너무 작고 빨랐어요." 한도영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손끝은 빠르게 계기판을 오가고 있었다. "격벽을 닫아 3번 구획을 격리하겠습니다." 낮은 경보음과 함께, 선체 내부 격벽이 서서히 닫혔다. 산소 농도 경고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지만, 계기판에는 여전히 붉은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수리가 가능해요?" 지은이 물었다. "외부에서 직접 패치를 붙여야 합니다." 한도영이 말했다. "누군가 EVA 우주복을 입고 나가야 해요." "제가 갈게요." 철수가 즉시 나섰다. "철수 씨, 경험이 없잖아요." 지은이 만류했다. "위험해요." "기지에서 배운 EVA 훈련, 기억하고 있어요." 철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기장님은 조종을 계속하셔야 하고, 지은 씨는—"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지은 씨는 아버지를 찾으러 온 사람이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제가 할게요." 지은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철수의 우주복 헬멧을 단단히 고정해주었다. 선체 밖으로 나선 철수는, 난생처음 진짜 우주 유영을 경험했다. 발밑에 아무것도 없다는 감각, 사방이 완전한 어둠과 별빛뿐인 공간. 안전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그는 천천히 손상 부위로 이동했다. "패치 위치 확인했어요." 그가 무전으로 보고했다. 떨리는 손으로 접착식 패널을 손상 부위에 밀착시키고, 고정 나사를 하나씩 조였다. "조금만 더요, 철수 씨." 지은의 목소리가 헬멧 스피커로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 그를 붙잡아주는 유일한 끈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나사를 조이자, 계기판의 경고등이 서서히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수리 완료." 한도영이 확인했다. "산소 누출 멈췄습니다." 철수가 선체 안으로 돌아오자마자, 지은이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헬멧과 헬멧이 부딪히는 어색한 포옹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요." 지은이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한도영은 조종석에서 그 모습을 흘끗 바라보다가, 옅게 미소 지었다. 위기를 함께 넘긴 세 사람 사이에, 이전과는 다른 단단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있다는 걸 세 사람 모두 느끼고 있었다. 길잡이호는 다시 항로를 잡고, 두 번째 좌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계기판 앞에 앉은 한도영은 손상된 3번 구획의 상태를 재차 점검했다. "임시 패치라 오래 버티진 못할 겁니다. 두 번째 좌표에 도착하는 대로, 조사를 마치고 최대한 빨리 귀환 항로를 잡아야 해요." "연료는 충분해요?" 지은이 물었다. "빠듯합니다." 한도영이 솔직하게 답했다. "여유를 다 써버렸으니, 이제부터는 되돌아갈 길까지 계산하면서 움직여야 합니다." 철수는 여전히 가쁜 숨을 고르며 좌석에 몸을 기댔다. 우주복을 벗은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지은이 조용히 물병을 건넸다. "무서웠죠?" 그녀가 물었다. "솔직히,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어요." 철수가 겸연쩍게 웃었다. "근데 이상하게, 그 순간에 지은 씨 목소리가 들리니까 하나도 안 무섭더라고요." 지은은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어느새 철수의 손을 다시 꼭 잡고 있었다. 창밖으로, 다음 목적지를 알리는 좌표가 점점 더 뚜렷하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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