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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실의 그 사람 · snow

제 17화. 정면 돌파

2026. 7. 22. ·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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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의 작은 자취방을 채운 깊은 키스가 끝난 뒤, 두 사람 사이에 남은 것은 서러움이나 오해가 아닌 서로를 향한 확신이었다. 시우는 서진의 작은 손을 제 두 손으로 단단히 덮어쥐며 눈을 맞췄다. “내일 당장 회사로 출근해. 네 자리는 비서실 수석 비서 자리야.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 서진은 잠시 주저했지만, 더 이상 그를 위해 거짓으로 도망치는 일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시우의 깊고 굳건한 눈빛이 서진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내 주고 있었다. “응. 도망 안 가. 당신 옆에서 완벽하게 보좌할게.” 서진의 대답에 시우는 그제야 칠 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처럼 환하게 웃어 보였다. 다음 날 아침, MH그룹 본사 로비. 서진이 사직서를 내고 떠난 지 사흘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로비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어? 한 수석님 아니야? 사직서 내셨다고 들었는데…….” “이사장님 오셔서 한바탕 난리 났다더니 다시 출근하신 거야?” 귓속말과 호기심 어린 눈초리가 쏟아졌지만, 서진은 턱을 바짝 들고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십 년 차 수석 비서다운 기품과 여유가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18층 비서실에 들어서자, 다은이 울먹거리는 얼굴로 달려와 서진을 끌어안았다. “수석 비서님! 진짜 오셨네요! 저 사직서 수리된 줄 알고 진짜 매일 울었단 말이에요!” “걱정시켜서 미안해, 다은 씨. 나 안 떠나. 내 자리는 여기야.” 서진이 다정하게 다은의 어깨를 토닥여주던 그 순간, 비서실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시우가 들어섰다. 시우는 평소보다 훨씬 더 단정하고 서늘한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로비와 비서실을 지나쳐 오며 사내에 감돌던 흉흉한 소문들을 단숨에 제압하려는 듯, 비서실 한가운데에 섰다. “다들 주목.” 시우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비서실 직원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한서진 수석 비서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한 수석에 대한 유언비어나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하는 자는 사내 감사팀을 통해 즉시 대기발령 및 법적 조치를 취할 겁니다.” 시우는 비서실 직원들을 차갑게 둘러본 뒤, 서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 눈빛 속에 담긴 짙은 신뢰에 서진은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 수석, 집무실로 들어오지.” 집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시우의 차가운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시우는 서진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히더니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오늘 오후, 이사장 재단 관련 긴급 이사회가 열릴 거야.” 서진의 눈이 커졌다. “이사회요? 이사장님 비자금 건으로요?” “그래. 감사팀에서 이미 어머니 재단의 자금 세탁 정황과 장부 조작 증거를 완벽하게 확보했어. 오늘 이사회에서 어머니의 재단 이사장직 해임안을 공식 상정할 생각이다.” 서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우가 자신을 위해 친어머니와 정면으로 대립하려 하고 있었다. 재벌가에서 자식이 어머니를 상대로 이런 과감한 칼을 빼드는 것은 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시우야…… 정말 괜찮겠어? 회장님이나 다른 임원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 “걱정 마.” 시우가 서진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칠 년 전에 내가 약해서 너를 억울하게 빼앗겼어. 하지만 지금의 난 그룹을 이끄는 대표이사야. 어머니의 그릇된 욕망과 악행을 바로잡지 않으면, 내 자리도, 그리고 너와의 미래도 지킬 수 없어.” 오후 2시, MH그룹 본사 대회의실. 긴급 이사회가 소집된 회의실 안은 폭풍 전야처럼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손명순 여사는 모피를 두른 채 여유로운 태도로 상석 부근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들 시우가 감히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누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시우가 서진을 동행한 채 회의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손 여사는 서진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시우 너, 감히 저따위 비서를 이 거룩한 이사회 자리에 데리고 들어오는 거니?” 손 여사의 가시 돋친 발언에도 시우는 담담하게 대표이사 석에 앉았다. 그리고는 서진에게 신호를 보냈다. 서진은 노트북을 대형 프로젝터 화면에 연결한 뒤, 단호한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손명순 이사장님의 재단 자금 집행 내역에 대한 감사팀 조사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화면에 칠 년 전 수표 인출 내역과 최근까지 이어진 재단 비자금 대포 통장 거래 내역이 적나라하게 떠올랐다. 회의실 안의 이사들과 임원들이 동요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손 여사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려버렸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감히 어디서 조작된 서류를 가져와서 나를 모함해!” 손 여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쳤지만, 시우는 차갑게 스위치를 누르며 어머니의 말을 잘라버렸다. “조작이 아닙니다, 어머니.” 시우가 서늘한 눈빛으로 어머니를 직시했다. “칠 년 전 한서진 수석 비서에게 돈을 건넸다고 장부를 조작해 비자금을 조성하신 것부터, 재단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모든 증거가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강시우! 네가 감히 엄마한테 이런 짓을 해?” “어머니가 제 미래를 핑계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모욕하고 제 삶을 통제하려 했던 그 순간부터, 전 어머니의 이 그릇된 집착을 끊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시우는 단상 위의 의사봉을 내리치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금일 이사회 안건, 손명순 이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합니다.” 손 여사는 충격으로 비틀거리며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았다. 그녀는 나가는 길에 서진을 노려보았지만, 서진은 피하지 않고 똑바로 손 여사의 눈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던 칠 년 전의 한서진이 아니었다. 이사회가 끝나고 텅 빈 회의실. 시우는 지친 듯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친어머니를 제 손으로 쳐냈다는 중압감에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진이 다가가 시우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고생했어, 시우야.” 시우는 서진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배에 얼굴을 묻었다. “이제 아무도 너한테 손가락질 못 해, 서진아. 내 모든 걸 걸고 너를 지켰어.” 두 사람은 창밖으로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 아래서 서로를 더 깊이 안아주었다. 거대한 장벽이 마침내 허물어지고, 두 사람 앞에 진정한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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