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화. 비밀의 빛 (최종화)
2026. 7. 22. · 👁 4
손 여사의 해임안이 가결된 이후, MH그룹을 집어삼켰던 거친 풍랑은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재단 비자금 건은 사내 신속 감사 조치를 통해 잡음 없이 정리되었고, 이사회와 임직원들 역시 판을 명확히 읽고 시우의 강력한 리더십에 힘을 실었다. 사내 게시판을 감돌던 악의적인 루머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완벽한 일 처리로 이사회의 비리 감사 보고를 완벽하게 수행해 낸 한서진 수석 비서의 능력에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몇 달 뒤, 주말의 아침.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쬐는 나른한 주말, 서진은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우의 아파트 침대에서 눈을 떴다. 살며시 눈을 뜨자, 옆에서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던 시우와 눈이 마주쳤다. 편안한 티셔츠 차림의 시우는 머리를 흩뜨린 채 서진의 이마에 베시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맞추었다. “잘 잤어, 한 수석?” “장난치지 마요. 주말엔 '한 수석' 금지라고 했잖아.” 서진이 부끄러운 듯 이불을 끌어올리자, 시우가 이불째 서진을 꼭 껴안으며 품속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그럼 서진아. 오늘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서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시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우리…… 칠 년 전에 같이 갔던 그 바다로 가볼까?” 시우의 눈동자가 부드럽게 일렁였다. 칠 년 전, 서로의 아픔을 숨긴 채 이별을 준비하며 찾았던 서글픈 겨울 바다. 두 사람에게는 슬픔의 기억으로 남아 있던 그곳이었다. “그래, 가자. 그 바다에 남겨둔 슬픈 기억들, 오늘 전부 지워버리자.”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동해 바다는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청량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삼척에서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이 백사장을 비추고 있었다. 시우는 서진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깍지 끼워 단단히 잡고 바닷가를 걸었다.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비밀로 숨길 필요도 없는 당당한 두 사람만의 시간이었다. “칠 년 전에 여기서 헤어질 때……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시우가 바다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과거를 추억했다. “너 없는 칠 년이 너무 길고 어두워서, 다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줄 알았거든.” 서진은 시우의 어깨에 살며시 고개를 기대었다. “미안해, 시우야. 너한테 나쁜 여자가 되어서 도망치는 게 너를 위한 최선이라고 착각했어.” “이제 미안하다는 말 금지.” 시우가 걸음을 멈추고 서진을 향해 돌아섰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사각형의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케이스가 열리자,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다이아몬드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진의 눈이 커졌다. “시우야, 이건……?” 시우는 한쪽 무릎을 낮추고, 서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나지막이 고백했다. “칠 년 전엔 힘이 없어서 너를 놓쳤지만, 이젠 내 모든 걸 걸고 너를 지킬 수 있어. 비서실 수석 비서 한서진도 멋지지만…… 내 평생을 함께할 아내 한서진이 되어줄래?” 서진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 흘러내렸다. 칠 년간 슬픔과 오해로 얼룩졌던 수많은 밤들이 이 단 한 번의 눈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서진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시우의 목을 끌어안았다. “응…… 좋아, 시우야. 당신 곁에 영원히 있을게.” 시우는 서진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준 뒤, 서진의 허리를 감싸 안고 깊고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다. 반짝이는 동해 바다의 푸른 파도와 따스한 햇살 아래, 오랫동안 방황했던 두 사람의 사랑이 마침내 눈부신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비밀의 그늘을 벗어나 온전히 서로의 빛이 된 두 사람의 진짜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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