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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실의 그 사람 · snow

제 16화. 뒤바뀐 판도

2026. 7. 22. ·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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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 비서실을 떠난 지 사흘째. MH그룹 18층 대표이사실은 온통 얼음장 같은 냉기로 가득 차 있었다. 시우는 한 번도 집무실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밤을 새워가며 서류와 모니터 화면을 덧보았다. 그의 책상 위에는 감사팀과 비공식 조사관들이 가져온 칠 년 전 재단 자금 집행 내역과 서진의 과거 금융 거래 기록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똑똑-’ “대표님, 요청하신 칠 년 전 재단 자금 흐름 분석 보고서입니다.” 감사팀장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류 봉투를 올려놓았다. 시우는 거칠게 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보고서의 결과는 시우의 예상대로였다. 칠 년 전, 손 여사의 개인 재단에서 인출된 거액의 수표 수표 번호는 서진의 계좌나 서진 집안의 빚을 탕감하는 데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 돈은 손 여사의 비자금 조성용 대포 통장으로 다시 흘러 들어간 정황이 명확히 찍혀 있었다. 손 여사는 칠 년 전 서진에게 돈 봉투를 내밀어 그녀를 모욕하고 스스로 떠나게 만든 뒤, 마치 서진에게 돈을 건넨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비자금까지 챙겼던 것이었다. “……하.” 시우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자신에게 짐이 되기 싫어 매몰차게 돌아섰던 서진의 아픈 얼굴과, 그것도 모자라 거짓으로 스스로를 욕되게 하며 사직서를 던졌던 그녀의 마지막 눈빛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서진, 이 바보 같은 여자가…….” 시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을 짓누르던 오해와 상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사채업자들과 재벌가의 압박 속에서 홀로 모든 모욕을 짊어졌을 서진을 향한 미안함과 애절함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시우는 찢어질 듯 가슴을 그러쥐었다가, 이내 안주머니에서 서진이 남기고 간 사직서를 꺼내 들었다. “감사팀장.” “네, 대표님.” “이 자료, 기획조정실 이태성 팀장한테 전달해서 이사장 재단 감사 건으로 공식 안건 상정해. 그리고 어머니 쪽 사람 라인, 오늘부로 전부 보직 해임 처리 진행합니다.” 시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다듬어졌다. 더 이상 어머니의 그늘에 휘둘리며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던 칠 년 전의 무력한 청년이 아니었다. “판은 내가 새로 짜.” 한편, 조그만 자취방에 갇혀 지내던 서진은 사흘 내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십 년 동안 일했던 MH그룹의 사원증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우는 자신을 '돈을 받고 떠났다가 다시 다가온 간사한 여자'로 기억할 것이고, 다시는 자신을 찾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가슴이 베인 듯 아팠지만, 그것이 시우의 미래를 위한 최선이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띠띠띠띠- 쾅.’ 그때, 도어록이 신경질적으로 눌리는 소리와 함께 서진의 자취방 현관문이 거세게 열렸다. 서진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빌라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현관에 나타난 사람은, 수트 차림에 넥타이를 풀어 헤친 강시우였다. 시우의 숨소리는 몹시 가빴고, 눈은 금방이라도 서진을 씹어 삼킬 듯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대표님……? 당신이 여기 어떻게…….” 서진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시우가 성큼 다가와 서진의 팔통을 세게 잡아챘다. “돈 봉투?” 시우의 낮고 오만한 목소리가 좁은 자취방 안에 울려 퍼졌다. “대포 통장 세탁에, 조작된 장부? 한서진, 넌 내 어머니가 친 허술한 거짓말에 또 속아서 나한테 그딴 사직서를 던지고 도망친 거야?” 서진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시우가 모든 진실을 파헤쳤음을 깨닫는 순간, 서진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당신…… 그게 무슨…….” “다 알아냈어, 한서진!” 시우가 서진을 자신의 품으로 거세게 끌어당겼다. 서진의 이마가 시우의 단단한 가슴에 강하게 부딪혔다. “네가 돈 한 푼 안 받고 억울하게 모욕당하면서 도망쳤다는 것도, 나한테 짐이 되기 싫어서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다는 것도 전부 알아냈다고!” “시우야…….” “왜 또 거짓말을 해! 왜 또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해!” 시우의 눈에서 마침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서진의 뺨을 적셨다. 그 오만한 남자가, 그룹의 대표이사가 서진의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오열하고 있었다. “내가 너 하나 못 지킬 만큼 못나 보여? 칠 년 전엔 내가 힘이 없어서 너한테 쫓겨났지만, 지금의 난 달라. 그룹이든 이사장 자릿값이든 다 엎어버릴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내 곁에서 도망치지 마, 서진아…….” 서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시우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어두운 자취방 한가운데서 서로를 바싹 끌어안은 채 목놓아 울었다. 칠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겹겹이 쌓여 있던 오해와 아픔, 위선과 거짓이 온전히 두 사람의 눈물 속에서 씻겨 나가고 있었다. 시우는 서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애절하게 서진의 입술을 머금었다. “다시 회사로 돌아와.” 시우가 서진의 입술을 살짝 떼어내며 눈을 맞추고 속삭였다. “수석 비서 한서진으로, 그리고 내 여자로. 이제 아무도 너한테 손가락질 못 하게 내가 전부 바꿔놓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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