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piad
🐉 서리 왕국의 계승자 · snow

5화. 얼어붙은 왕좌

2026. 7. 16. ·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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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두 번째 주가 끝날 무렵, 카엘은 눈앞에 그것을 보았다.

서리 왕궁. 산 위에, 얼음 위에, 또 얼음으로 쌓은 왕국. 왕국 전체가 20년 동안 잊어버린, 그러나 모든 것이 시작된 그곳. 카엘의 가족이 죽은 그곳. 카엘의 가문이 무너진 그곳. 그리고 카엘의 검, 조상의 검이, 얼어붙어 기다리고 있는 그곳.

여기야. 모이라가 조용히 말했다.

왕궁의 정문은 얼음이었다. 일곱 미터 높이의 얼음. 푸른빛이 그 얼음 안에서 흐르고 있었고, 그 빛은 살아 있었다. 마치 눈처럼. 마치 어른의 손처럼. 마치 누군가의 의지처럼. 왕궁이 살아 있었다. 20년 동안 왕국을 얼려온 영원한 겨울의 중심. 그 중심이 지금 자기들을 보고 있었다.

카엘은 한 발짝 물러섰다.

겁나지? 예린이 옆에서 물었다.

응. 카엘이 대답했다. 겁나.

나도. 예린이 말했다.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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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대원 셋이 앞장섰다. 엘드리히가 준 비밀 통로 지도. 지하 수로를 통해 왕궁 안으로 침투. 수로의 벽도 얼음이었다. 빙글빙글 도는 통로,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 카엘은 호위대원의 등을 따라 걸으며,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출구.

여기서부터는 천천히. 호위대장이 손을 들었다. 얼음 군대가 있다.

얼음 군대. 살아있는 얼음 군대. 카엘은 출구 틈으로 그것을 보았다. 왕궁의 내부. 그리고 그 안을 보행하는 얼음의 형상들이. 사람 모양. 그러나 사람은 아니었다. 눈도, 입도 없었다. 다만, 푸른 빛. 푸른 빛이 그 형상들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그 빛이 그 형상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처럼. 죽은 자들의 형상을 빌려, 다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얼음 군대. 호위대장이 작게 말했다. 조심해. 들키면 끝이야.

카엘은 한 명씩, 얼음 군대의 빈 곳을 피해, 안으로 들어섰다. 예린이 뒤를 따랐다. 모이라가 그 다음. 호위대원들이 양쪽을 지켰다. 한 발짝. 두 발짝. 숨을 멈추고. 한 발짝. 또 한 발짝. 한 시간. 그리고

왕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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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열려 있었다. 닫혀 있으면 안 되는 문. 20년 동안 한 번도 닫히지 않았던 문. 왜냐하면 그 안에는 아직도 겨울의 왕이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왜냐하면 그 안에는 왕조차 가지 않았으니까. 영원한 겨울의 중심은 왕의 것이 아니었다. 검의 것이었다. 조상의 검. 왕족의 피가 깨어나야만, 그 문이 닫히는 검의 방.

카엘은 문 앞에 섰다. 안을 보았다.

왕좌. 얼음으로 된 왕좌.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왕좌의 발치에 한 자루의 검이 얼음 속에 박혀 있었다. 검집이 없이. 맨몸으로. 푸른 마력이 흘러나오며. 1화에서 카엘이 꿈에서 본 그것. 그 검. 조상의 검. 서리의 송곳.

카엘은 그 검을 보며, 한 발짝 들어섰다. 그리고 또 한 발짝. 그리고 또. 왕좌의 발치까지. 그리고 손을 뻗었다.

차갑지 않았다.

그 손이 검에 닿는 순간, 카엘의 몸이 멈추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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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어둠 속, 차가운 어둠. 카엘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자격이 있느냐.

뭐라고? 카엘이 물었다.

네가 후예다. 그건 안다. 네 안에 왕족의 피가 흐른다. 그건 안다. 하지만 자격이 있느냐. 그것은 다른 문제다.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계속됐다.

왕이 된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거냐.

사람을 다스리는 것. 카엘이 대답했다. 어머니가 그렇게

아니다. 목소리가 끊었다. 왕이 된다는 건 모든 짐을 짊어지는 거다. 백성이 추울 때, 왕은 더 춥다. 백성이 배고플 때, 왕은 더 배고프다. 백성이 죽을 때, 왕은 더 일찍 죽는다. 그게 왕이다. 그게 자격이다. 그게 짐이다.

카엘은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네.

네가 그 짐을 질 수 있겠느냐.

응. 카엘이 말했다. 응. 질 수 있어.

그게 진심이냐.

카엘은 한 발짝,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나를 만든 사람들이 전부 죽었어. 카엘이 말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동생도, 릴리아의 아이도, 마를렌 촌의 감자탕을 끓여주던 분도. 나만 살았어. 그 사람들 전부가 나를 살리기 위해 죽었어. 그러니까 내 인생은 내 거가 아니야. 그 사람들의 거야. 그러니까 짐을 질 수 있어. 그게 내 의무야. 그게 내가 살아있는 이유야.

어둠이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어둠이 갈라졌다.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래. 목소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자격이 있구나. 검을 뽑아라.

---

카엘은 눈을 떴다. 왕좌의 방. 왕좌. 그리고 발치의 검. 카엘의 손이 검의 손잡이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카엘이 손을 잡았다.

네.

얼음이 깨졌다. 푸른빛이 검에서 왕좌의 방 전체로 퍼져나갔다. 왕좌의 얼음에 균열이 갔다. 천장에 균열이 갔다. 왕궁 전체가 흔들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검을 뽑았다.

검은 푸른빛으로 빛났다. 카엘의 손 안에서. 카엘의 손에 23년 동안 잠들어 있던 왕족의 피가 깨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검을 잡은 카엘의 눈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카엘 님! 예린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얼음 군대가 움직여!

카엘이 고개를 들었다. 출구 쪽에서 얼음 군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 명. 두 명. 열 명. 서른 명. 살아있는 얼음이 왕좌의 방을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카엘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다. 검을 잡은 손이 떨리지 않았다. 1화에서 검을 처음 봤을 때, 손이 떨렸다. 지금은 떨리지 않았다. 한 번도 떨리지 않았다.

예린. 카엘이 말했다. 예린, 빠지지 마.

응. 예린이 대답했다. 응.

예린은 출구에서 그를 보았다. 평범한 산골짜기의 나무꾼. 한 달 전까지. 지금 카엘은 푸른 눈으로 빛나며, 얼음 군대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왕이었다. 아니, 왕이 되려는 사람이 아니라, 왕의 피가 깨어난 사람. 예린은 처음으로 이 사람이 진짜 왕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외양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카엘은 자신의 검을 보았다. 푸른빛으로 빛나는 푸른 검. 이 검은 어머니의 얼음의 축복을 물려받은, 가문의 검이었다. 1화에서 꿈에 본 그것이, 지금 자기의 손에 있었다. 카엘은 검을 한 번 휘둘러보았다. 허공이 갈라졌다. 푸른빛이 왕좌의 방 전체를 한 순간 밝게 비추었다.

얼음 군대는 카엘을 보자 멈추지 않았다. 그들한테는 명령만 있을 뿐, 두려움이란 없었다. 한 명이 아니, 몇 명이 한꺼번에 카엘을 향해 돌진했다. 카엘은 그 첫 번째 얼음 군대의 팔을 베었다. 푸른빛이 얼음을 깨뜨렸다. 그리고 그 형상이 무너졌다. 사라졌다. 20년 동안 살아 있던 얼음이 사라졌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카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23년 동안 잠들어 있던 힘이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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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이 흔들리고 있었다. 영원한 겨울의 마법에 첫 균열. 그리고 멀리, 서리 왕궁의 가장 높은 곳에서 겨울의 왕은 눈을 떴다.

뭐지. 겨울의 왕이 중얼거렸다. 뭐지. 이 진동은.

시녀가 무릎을 꿇었다. 폐하. 서리 왕궁의 어딘가에서

마법의 균열. 겨울의 왕이 일어서며 말했다. 왕가의 피가 깨어나고 있다. 20년 만에. 겨울의 왕은 한참을 서 있었다. 그 진동은 조카의 피가 깨어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조카는 죽었다. 내가 죽였다. 20년 전에. 그러면 지금 깨어난 이건 무엇인가. 한 동안 잊고 있던 무언가가 가슴 어딘가에서 시렸다. 무시했다. 그리고 다시 명령을 내렸다. 한때는 형의 아들이었다. 한때는. 그 후로는. 적이었다.

겨울의 왕의 손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보내라. 빙결 기사단을. 그리고 살아 있는 얼음을. 왕자님이 오셨다.

왕궁의 어딘가에서 빙결 기사단이 출발했다. 살아있는 얼음 군대가 출발했다. 그리고 카엘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왕좌의 방에서. 예린과, 모이라와, 호위대 셋과. 그리고 칼을 들고. 아니, 검을 들고.

왕좌의 방이 무너지고 있었다. 영원한 겨울의 마법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카엘의 안에서 왕의 피가 깨어나고 있었다.

북으로. 카엘이 예린에게 말했다. 예린. 빨리. 빙결 기사단이 온다. 살아있는 얼음이 온다. 가야 해. 지금. 빨리. 가자.

왕좌의 얼음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서리 왕궁의 종소리. 경고의 종. 20년 만에 처음으로 울리는 경고의 종.

왕가가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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