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piad
🐉 서리 왕국의 계승자 · snow

4화. 마지막 가문의 무덤

2026. 7. 16. ·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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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두 번째 주.

카엘과 예린은 이제 함께였다. 모이라와, 예린의 호위대 다섯 명, 그리고 카엘. 그리고 두 필의 말. 예린이 타고, 모이라가 타고, 카엘은 걸었다. 말을 탈 줄 몰랐으니까. 호위대원 중 하나가 나란히 걸으며 카엘에게 기본적인 기마술을 알려주었다. 카엘은 세 번 말에서 떨어졌지만, 매번 다시 올라탔다.

어느 날 오후, 산을 넘자 평야가 나왔다. 그리고 그 평야 한가운데에 폐허. 검게 탄 돌, 무너진 탑, 무너진 담. 20년 전의 불길이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는 것 같은 새카만 굴뚝.

저게 뭐예요? 예린이 물었다.

카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다리가 멈추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차가운 손이 더 차가워졌다. 모이라가 조용히 말했다. 엘카린 저택. 네가 태어난 곳이야.

카엘은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폐허 쪽으로 걸었다. 모이라와 예린이 뒤따랐다. 호위대원들은 멀리서 경계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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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은 무너져 있었다. 그러나 무너진 방식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화염의 흔적. 칼에 베인 돌. 그리고 무언가 지키려다가 실패한, 누군가의 흔적. 문틈에 끼어 있던 부서진 장검. 창문 옆에 누워 있던 말라붙은 장화. 아이의 장화.

여기가 식당이었다. 모이라가 한쪽을 가리켰다. 긴 나무 테이블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고, 그 위에 무언가. 음식이었던 것의 흔적. 20년 전의 마지막 저녁이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리고 정원. 한때는 꽃이 있었던 자리. 지금은 얼음에 덮여 있었고, 그 얼음 사이로 검은 줄기만 남아 있었다. 카엘은 그 얼음을 보며 생각했다. 꽃이 여기 있었구나. 23년 동안 내가 모르고 있었던, 어머니가 가꾸던 꽃이.

거기도 아까운 방이었다. 작은 방문. 그 위에 작은 장난이, 무너져 있었다. 동생의 장난감.

여기가 응접실이야. 모이라가 조용히 말했다. 왕이 네 아버지가 손님을 맞이하던 곳. 거기는 식당. 거기는 정원. 거기는

모이라가 멈추었다. 그리고 한쪽을 가리켰다. 작은 문. 부서지지 않은, 다만 얼음으로 잠겨 있는 문.

어머니 침전이야.

카엘은 그 문 앞에 섰다. 얼음. 푸른 얼음. 영원한 겨울의 마법으로 잠겨 있는 문. 카엘이 손을 뻗었다. 차가웠다. 그러나 손바닥 위로 푸른 빛이 떠올랐다. 엘카린의 얼음의 축복. 같은 마법. 그 빛이 얼음과 반응했다. 서로 밀다가 서로 받아들였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안에는 침전이 있었다. 깨지지 않았다. 20년이 지났는데, 깨지지 않았다. 침대, 거울, 작은 탁자. 그리고 탁자 위에 봉인된 편지.

카엘은 그 편지 앞에 섰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봉인을 떼었다. 그리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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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카엘아.

네가 이걸 읽는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다. 하지만, 제발, 끝까지 읽어다오. 어머니다.

20년 전, 어느 밤. 네 삼촌 바엘이 군사를 이끌고 우리 집으로 왔다. 왕좌를 빼앗겠다고. 네 아버지는 알지 못했다. 내가 먼저 알았다. 궁녀 중 한 명이 바엘의 첩자였거든. 그래서 내가 먼저 알았다.

그 밤, 나는 평생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네 아버지와 네 동생들을 구할 수 없었다. 이미 너무 늦었다. 바엘의 군대가 너무 가까웠다. 하지만 너는 달랐다. 갓 태어난 아기였으니까. 아무도 너를 잘 알지 못했다. 궁궐 밖의 사람도, 궁궐 안의 시녀도 흔히 보지 못했거든.

그래서 내가 한 일. 궁녀의 아이. 이름은 모르지만, 그 아이는 나와 같은 달에 아이를 낳았어. 같은 날. 그래서 가능했어. 우리는 아이들을 바꿨어. 네가 그녀의 아이가 되고, 그녀의 아이가 네 자리가 되고.

그 밤, 아이를 안고 도망치던 것이 엇그제 같습니다. 마를렌 촌까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도망쳤어요. 그 산골짜기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멈췄어요. 그리고 그 집의 주인 되시는 분이, 가엾게도, 가난한 나무꾼이었지만, 제발 아이를 맡아달라고 했어요. 그분은 한 마디도 묻지 않고 카엘을 받아주셨어요. 그분이 없었으면 너는 그날 밤에 죽었을 거야. 너는 그분께 평생 감사해야 해.

그리고 릴리아. 그 어머니는 자기 아이를 보내면서도, 울지 않았어요. 다만, 내 손을 잡고 말했어요. 후회 없다고. 그 아이가 왕좌의 자리에 눕는다면, 그건 영광이라고. 자기 아이가, 진짜 왕이 될 아이를 대신하는 거라고. 그 말에 나도 울지 않았어요. 어머니로서, 울면 안 될 때, 울면 안 된다는 걸, 릴리아가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마법. 내 마지막 마법. 얼음의 축복의 마지막 조각. 그것으로 궁궐 밖의 산속 마을에 너를 숨겼어. 마를렌 촌. 그리고 그 아이를 네 자리에 눕혔어. 그 아이의 어머니도 동의했어. 자기 아이를 대신 보내는 일. 그건 어떤 부모도 하기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그 어머니는 했어. 그 어머니의 이름은 릴리아. 네가 잘 자라나기 위해, 자기 아이를 내어준 어머니야.

카엘아. 그 아이는 죽었어. 네 자리에 들어가서 죽었어. 그리고 네 아버지도, 네 동생들도 모두 죽었어. 하지만 너는 살아있어.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해. 그것만으로 내가 한 모든 일의 의미야.

어머니는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 마법을 다 쓰고 나면 내 영혼도 사라질 거야.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카엘아, 미안해. 네가 왕이 될 운명은 아니었는데. 그냥 평범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너는 왕의 아들이다. 그것은 바꿀 수 없어. 그러니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왕좌보다 사람을. 왕관보다 마음을. 칼보다 손을. 제발 사람으로 다스려다오. 그게 내가 너를 키운 이유야. 그게 내가 마지막 숨을 쓴 이유야.

사랑해. 영원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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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끝났다. 카엘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카엘의 어깨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23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어깨. 도끼를 들고 나무를 하고, 모이라의 얼굴을 보고, 영원한 겨울의 도시를 보고, 어머니의 침전을 열었을 때까지도,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어깨. 그 어깨가, 편지 하나로, 무너졌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처음이 아니었다. 이 두 주 동안 여러 번 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른이 우는 방식이었다. 소리 없이. 길게. 끝도 없이.

바람이 분다. 차가운 바람. 영원한 겨울의 바람이 어머니의 침전 안까지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카엘의 눈물이 그 바람에 닿으면, 얼어붙을 것 같았다.

릴리아. 그 어머니. 자기 아이를 내어준 어머니. 카엘은 자기 안에 한 사람의 어머니가 더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 어머니도. 릴리아도. 그리고 그 어머니의 아이, 카엘의 자리에 죽은 아이. 카엘은 그 아이의 이름도 몰랐다. 모른 채로 23년을 살았다. 카엘은 편지를 가슴에 품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 그리고 릴리아라는 이름. 평생 새길 두 개의 이름. 그리고 마를렌 촌의 나무꾼. 그분도. 그분은 편지를 남기지 않았지만, 23년 동안 매일 저녁 감자탕을 끓여주었다. 그것도 편지였다.

카엘 님?

뒤에서 예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엘은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수가 없었다.

예린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카엘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앉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갔다.

예린이 처음으로 손을 뻗었다. 예린은 한참을 망설였다. 자기 안에, 평생 닫아두었던 무언가. 따뜻함을 나눠주는 일. 잘 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카엘의 손이 너무 차가웠다. 그래서 그냥 잡았다. 카엘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20년 동안 얼음 속에 있던 카엘의 손을 처음으로 따뜻하게 잡은 손. 그 온기가 카엘의 23년 동안 얼어붙었던 무언가를 비로소 녹이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울어도 돼요. 예린이 조용히 말했다. 왕자도 우는 사람이니까.

카엘은 끝내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린의 손을 잡았다. 처음으로 잡았다. 처음으로 잡아도 되는 사람의 손을.

한참이 지나 카엘이 일어섰다. 눈이 부어 있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가요. 카엘이 말했다. 검을 찾으러. 그 아이를 위해. 릴리아 어머니를 위해. 우리 어머니를 위해.

예린이 일어섰다. 모이라가 문가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다. 노파의 마지막 울음.

밖으로 나왔다. 저택의 폐허가 등 뒤로 멀어졌다. 카엘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한 번도.

북쪽으로. 카엘이 말했다. 왕궁으로. 검을 찾으러. 왕좌를 되찾으러. 사람을 구하러.

북쪽으로 1주일. 서리 왕궁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어붙은 왕좌가. 그리고 그 왕좌에 앉아 있는 삼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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