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8분의 이륙
2026. 7. 15. · 👁 6
발사 당일 새벽 세 시, 철수는 잠에서 깨어난 게 아니라 애초에 잠들지 못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격리동 천장을 바라보며 그는 손목시계의 초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째깍, 째깍. 아버지의 말대로, 시간은 지구에서도 우주에서도 똑같이 흐를 터였다. 여섯 시, 최종 적합 판정. 일곱 시, 압력복 착용. 여덟 시, 발사체까지 이동하는 밴 안에서 철수는 창밖으로 스쳐 가는 발사장의 새벽 풍경을 눈에 담았다. 안개 속에 우뚝 선 아리랑-7호가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떨리세요?" 지은이 옆자리에서 물었다. 그녀 역시 압력복 차림이었지만,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솔직히요?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아요." 지은이 옅게 웃었다. "그게 정상이에요. 안 떨리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캡슐 내부, 철수는 정해진 좌석에 몸을 눕혔다. 등받이가 뒤로 완전히 젖혀지자 시야에는 오직 캡슐 천장과 계기판만 들어왔다. 왼쪽에는 지은, 오른쪽에는 다른 승객 두 명, 그리고 조종석에는 한도영 기장이 있었다. "전원 좌석 결박 확인." 기장의 목소리가 헬멧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낮고 안정적인 톤이었지만, 철수는 그 목소리 밑에 옅게 깔린 긴장을 느낄 수 있었다. "발사 T-마이너스 10분." 관제탑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캡슐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철수는 눈을 감았다. 3년간의 반복된 일상, 지하철, 회의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여기까지 오게 만든 어떤 갈증. 그 갈증의 정체를 그는 아직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T-마이너스 60초." 지은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게 헬멧 너머로도 보였다. 철수는 자기도 모르게 그 손 근처로 자신의 장갑 낀 손을 가져갔다. 닿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알아챈 듯 짧게 고개를 돌렸다. "10, 9, 8..." "점화 시퀀스 시작." "3, 2, 1..." "이륙." 굉음이 몸 전체를 관통했다. 철수는 그것이 소리라기보다 물리적인 충격에 가깝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등이 좌석에 짓눌리고, 갈비뼈가 조여드는 듯한 압박감. 시야 끝이 하얗게 흐려졌다. 3G, 4G. 계기판의 숫자가 올라갈수록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교관이 가르쳐준 대로, 철수는 배에 힘을 주고 짧게 끊어 호흡했다. 시간이 늘어지는 듯한 착각 속에서, 그는 문득 이 8분이 인생에서 가장 길고도 짧은 8분이 되리라는 걸 예감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압박감이 사라졌다. 몸이 붕 떴다. 좌석 벨트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계기판에 부딪혔을 것이다. 무중력이었다. "메인 엔진 정지. 궤도 진입 완료. 지구 저궤도, 고도 400킬로미터." 기장의 담담한 보고와 함께, 캡슐 창의 차폐막이 서서히 열렸다. 철수는 숨을 멈췄다. 그것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였다. 둥글고, 푸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연약해 보이는 지구가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떠 있었다. 대기권의 얇은 푸른 막이 마치 비눗방울의 표면처럼 행성을 감싸고 있었다. "이게..." 철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다들 처음엔 말을 잃죠." 지은이 벨트를 풀며 나지막이 말했다. "저도 그랬어요. 시뮬레이션으로 수백 번 봤는데도, 실제로 보는 건 전혀 다르더라고요." 철수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지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시선은 지구가 아니라, 무릎 위에 슬며시 펼쳐진 낡은 수첩을 향해 있었다. J.K. 라는 이니셜이 헬멧 조명 아래 희미하게 빛났다. 철수는 그것을 못 본 척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질문 하나가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저 수첩의 주인은 누구일까. 캡슐 뒤편, 조종석에서 한도영 기장이 잠시 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헬멧 바이저에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시선이 유독 지은에게 오래 머물렀다는 것을, 철수만은 눈치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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