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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푸른 점 · 나우간

10화. 창백한 푸른 점을 떠나며 (完)

2026. 7. 15. ·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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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이 대답을 미룬 그 밤 이후, 아르테미시아 기지의 사흘은 유난히 느리게 흘러갔다. 철수는 그동안 지은의 곁을 지켰다. 그녀는 낮에는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밤이면 낡은 수첩을 펼쳐놓고 오래도록 아버지의 필체를 손끝으로 쓸어보곤 했다. 나흘째 되던 아침, 한도영 기장이 두 사람을 관제동으로 불렀다. "결정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만, 정식 절차로는 불가능합니다. 오리온-X의 존재 자체가 기록에 없으니, 소행성대 수색을 공식 요청할 명분이 없어요." "그럼 어떻게—" 지은이 물었다. "비공식적으로, 소형 탐사정 한 대를 제가 직접 조종해서 나가겠습니다. 정식 임무가 아니라, 개인적인 책임하에요." 기장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제 경력을 걸어야 할 겁니다. 어쩌면 그 이상을요."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지은이 말끝을 흐렸다. "필요합니다." 기장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저는 11년 동안 이 순간을 피해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철수는 그 대화를 들으며, 자신에게 남은 선택을 마주했다. 예정된 왕복 항해는 이제 스물흘 뒤, 그를 다시 지구로 데려갈 예정이었다. 안전하고, 계획대로였던 원래의 삶으로. 그날 밤, 철수는 숙소에서 아버지가 준 손목시계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시간이 어디서든 똑같이 흐른다는 걸 잊지 말라고. 아버지의 말이 문득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지구에서든, 달에서든, 소행성대 어딘가에서든—시간은 흐른다. 문제는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였다. 그는 지은을 찾아가, 자신의 결심을 전했다. "저도 같이 갈게요." 지은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철수 씨, 이건 제 일이에요. 예정된 여행을 포기할 만큼—" "처음 여기 왔을 때,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잖아요." 철수가 담담하게 웃었다. "이제는 이유가 생겼어요. 지은 씨 곁에서, 이 이야기의 끝을 함께 보고 싶어요." 지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 전날, 철수는 지구로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부모님께, 그리고 회사 동료들에게. 예정된 귀환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담담하게 적어 내려갔다. "조금 더 먼 곳까지 가보려고 해요. 걱정 마세요. 시계는 계속 잘 차고 있어요." 답장이 오기 전, 그는 창밖—아니, 모니터 속 지구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저 작고 푸른 점. 그 안에 그가 알던 모든 일상이, 여전히 그대로 흘러가고 있을 터였다. 회사의 회의실, 지하철의 러시아워, 부모님의 저녁 식탁. 하지만 이제 그 일상은 더 이상 그를 붙잡아두지 못했다. 한도영 기장이 준비한 소형 탐사정 '길잡이호'가 격납고에서 서서히 이동식 발사대로 옮겨지고 있었다. 지은은 낡은 수첩을 가슴에 품은 채, 탐사정을 올려다보았다. "아버지가 이걸 보면, 뭐라고 하실까요." 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마," 철수가 옆에서 조용히 답했다. "딸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아요." 발사 준비가 마무리되고, 세 사람은 나란히 탐사정에 올랐다. 해치가 닫히기 직전, 철수는 마지막으로 아르테미시아 기지의 조명을, 그리고 그 너머 어둠 속에 걸린 지구를 바라보았다. "길잡이호, 발사 준비 완료." 한도영의 목소리가 조종석에서 울렸다. "목적지, 소행성대 좌표 확인."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철수는 지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녀도 그 손을 마주 잡았다. "10, 9, 8..." 창백한 푸른 점이,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철수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이 여행이 어디로 향하든,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3, 2, 1... 발사." 탐사정이 어둠 속으로, 아직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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