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티켓 한 장의 무게
2026. 7. 15. · 👁 12
철수가 우주여행 티켓을 예약한 건 순전히 충동이었다고, 그는 나중에도 그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3년 동안 매일 같은 시각 지하철을 타고,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코드를 리뷰하던 어느 화요일 밤, 그는 회사 스톡옵션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불어났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리고 그 밤, 무언가가 그의 안에서 뚝, 하고 끊어졌다. "이 돈으로 아파트 대출을 갚을 수도 있고, 결혼 자금을 모을 수도 있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노트북을 열었을 때, 그의 손가락은 어느새 '스텔라 익스프레스' 홈페이지를 검색하고 있었다. 민간 우주여행사가 운영하는 '루나 게이트웨이 순환 티켓'. 지구 저궤도 정거장을 거쳐 달 표면 기지까지 왕복하는 6개월짜리 여정. 가격은 억 단위였다. 그는 예약 버튼을 눌렀다. 취소하지 않았다. 회사에는 휴직계를 냈다. 부모님께는 두 달을 미루다 겨우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울었고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떠나기 전날 밤 그의 방문을 두드리며 낡은 손목시계 하나를 건넸다. "이거 차고 가라. 시간이 어디서든 똑같이 흐른다는 걸 잊지 말라고." 철수는 그 시계를 손목에 채웠다. 발사 47일 전, 철수는 나로우주센터 부속 훈련동에 입소했다. 첫 관문은 신체검사였다. 심혈관계, 전정기관, 골밀도까지 스무 가지가 넘는 항목을 검사받는 동안, 그는 자신이 생각보다 훨씬 평범한 몸을 가진 서른두 살 남자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우주멀미 적응 훈련은 여기서부터입니다." 담당 교관이 안내한 곳은 회전의자처럼 생긴 장치였다. 다양한 각도로 몸을 회전시키며 전정기관을 훈련하는 기구였다. 철수는 첫 세션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아침에 먹은 걸 전부 게워냈다. "다들 그래요. 사흘 지나면 적응됩니다." 교관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흘째 되던 날, 철수는 회전의자 위에서도 태연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무중력 체험은 포물선 비행기를 이용했다. 급강하하는 30초 동안 몸이 붕 뜨는 그 감각을, 철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발밑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공포이자 동시에 완벽한 해방이었다. 훈련동 식당에서, 철수는 처음으로 그녀를 보았다. 짧은 은발에 눈매가 날카로운 여자였다. 혼자 앉아 식사를 하면서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읽고 있었다. 낡고 손때 묻은 수첩이었다. 철수가 우연히 지나가다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수첩을 재빨리 덮었다. 표지에 적힌 알파벳 두 글자가 얼핏 보였다. J.K. "관심 있으세요?" 여자가 먼저 물었다. 방어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담담한 말투였다. "아, 죄송합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박지은입니다. 이번 항해 동승자예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궤도역학 연구원이었죠, 예전엔." 철수는 그 손을 잡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지은의 눈빛에서 그는 뭔가 말하지 못한 것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아직은, 그저 우주로 가는 길에 만난 낯선 동행일 뿐이었으니까. 훈련동 창밖으로 저녁노을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 발사까지, 이제 43일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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