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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 연애 매뉴얼 · snow

10화. 몸이 먼저 움직였어요

2026. 7. 16. ·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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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이어지던 무더위가 갑자기 폭우로 바뀐 저녁이었다. 소은은 카페 마감을 하다가 예상보다 늦어진 정산 때문에 발이 묶였다. 창밖으로 굵은 빗줄기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 시간에 우산도 없이 어떻게 가지……." 소은이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확인하는 순간, 도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 카페세요?" "네, 정산이 좀 늦어져서요. 근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네요." "제가 데리러 가겠습니다. 십 분이면 도착할 겁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현의 차가 카페 앞에 도착했다. 소은은 서둘러 우산을 펼치고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강한 바람에 우산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조심하세요!" 도현이 차에서 급히 내려 소은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미끄러운 보도블록에 발이 걸린 소은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어어……!" 넘어지려는 소은을 도현이 재빨리 붙잡았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두 사람 모두 균형을 잃고, 도현이 소은을 감싸며 바닥에 쓰러졌다. 도현의 몸이 소은을 보호하듯 아래에 깔리며, 팔꿈치가 콘크리트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괜찮으세요?" 도현이 먼저 소은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소은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괜찮은데, 대표님 팔이……!" 도현의 팔꿈치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빗물에 섞여 붉은 자국이 옷소매를 타고 흘러내렸다. "별거 아닙니다. 일단 차에 타시죠." 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 소은을 부축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실내등 아래에서 본 도현의 팔꿈치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병원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소은 씨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저는 대표님이 감싸주셔서 멀쩡해요. 근데 대표님이 이렇게 다치셨는데 어떻게 괜찮다고만……." 소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현이 자신을 보호하려고 몸을 던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실감 나며,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근처에 응급실 있어요. 일단 가봐요." 소은이 단호하게 말하자, 도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급실에서 상처를 소독하고 몇 바늘 꿰매는 동안, 소은은 초조하게 밖에서 기다렸다. 시술이 끝난 후, 붕대를 감은 도현이 진료실을 나왔다. "괜찮으세요? 많이 아프셨죠." "이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도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소은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저 때문에 다치신 거잖아요. 왜 그렇게까지 하셨어요? 그냥 저 혼자 넘어지게 뒀어도 됐잖아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도현의 대답이 짧고 단호했다. 소은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사무적인 눈빛과는 다른, 무언가 진지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어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병원을 나서며, 두 사람은 나란히 로비 의자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렇게 다치셔서." "죄송할 것 없습니다. 오히려 소은 씨가 안 다쳐서 다행입니다." 도현이 소은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그 미소에 소은의 심장이 이상하게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느껴왔던 감정과는 다른, 훨씬 더 선명하고 강렬한 무언가였다. "대표님, 저 지금 좀 이상해요." "뭐가요?" "계속 대표님 걱정만 하고 있어요. 계약 상대인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소은의 고백에 도현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까 소은 씨가 넘어지려는 순간, 다른 생각은 하나도 안 났어요. 그냥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 무겁고도 따뜻했다. 병원 로비의 형광등 아래,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오래도록 마주 보았다. 계약서의 7조가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제 그만 집에 가시죠. 늦었어요." 도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방금 전의 떨림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소은은 그를 따라 일어서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완전히 변해버렸다는 걸 느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소은은 오늘 밤이 두 사람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혹은 시작을 만들었다는 걸 직감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도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었다. 도현이 차를 세우자, 소은은 잠시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팔은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오늘 밤에 열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약도 처방받았고, 괜찮을 겁니다. 걱정 마세요." "내일 아침에 연락 주세요. 상태 확인하게." 소은의 말에 도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연락드리죠." 소은은 차 문을 열려다 말고 잠시 멈췄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저 지켜주셔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계약이라서요, 아니면……" 소은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현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약이라서가 아닙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가 소은의 가슴을 뜨겁게 채웠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빗소리만이 침묵을 채우고 있었다. "들어가세요. 감기 걸리시겠어요." 도현이 먼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소은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 우산을 펼치고 걸어가는 동안, 그녀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도현의 차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집에 들어온 소은은 젖은 옷을 갈아입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렸다. 자신을 감싸며 넘어지던 도현의 모습, 그리고 병원 로비에서 나눈 짧지만 무거운 대화까지. 계약서의 7조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조항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벽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운 소은은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이미 계약이라는 틀을 훌쩍 넘어섰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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