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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혼자 죽는 헌터 · snow

2화. 다시 일어난 아침

2026. 7. 17. ·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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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ATH COUNT 1 / 100 ] [ NEXT DEATH IN: 48:00:00 ] ```

오전 6시 30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가슴부터 봤다. 손바닥을 올려보았다. 만져봐도 멀쩡했다. 어제와 같은 확인. 그것이 아침의 첫 번째 의식이 되어 있었다. 살았는가, 가슴은 멀쩡한가. 시스템이 떠오른 이후, 이 두 가지가 같은 질문이 되었다.

샤워를 했다. 거울 속의 얼굴은 어제와 같았다. 다만 눈 아래 그림자가 한 겹 더 짙었다. 죽은 사람이 한 번 더 산 얼굴은 원래 이런가. 어제 죽기 전에는 몰랐던 종류의 피로가 피부 밑에 깔려 있었다. 그게 보이는 건 내 얼굴이 아니라 거울 때문이라고 합리화하고, 세수를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걸어서 출근하는 길, 7번 도로변의 자동판매기. 1,200짜리 캔커피를 한 캔 뽑았다. 동전은 5개가 들어 있었다. 항상 5개. 5개가 모자라면 편의점 알바비를 털어서 채웠다. 200원짜리 5개. 그것이 한 캔의 가격이고, 한 캔이 한 아침을 버티는 비용이었다. 캔을 따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어제 마수의 발톱이 박혔던 자리는 가슴 한가운데인데, 왜 아침마다 손가락이 그 자리를 확인하는지 모른다. 어제 가슴이 찔렸는데 오늘은 손가락이 찔리고 있다. 다른 종류의 통증이었다. 한 모금 마셨다. 캔의 차가움이 목구멍을 지나갔다. 차가움이 좋았다. 차가움이 살아있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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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15분. 편의점.

자동문이 열리자 점장이 먼저 말했다.

"재하야, 오늘 신문 봤어?"

"네."

"그게 너야?"

"네."

점장은 한숨을 쉬었다. 가게 안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형광등이 윙 하고 울렸다. 점장은 신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면 상단의 굵은 글씨. **"D급 게이트 참사 — 신예 헌터 3명 사망, F급 미분류 1명 생환"**. F급 미분류 1명. 그게 나였다. 신예 헌터 3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어제 내 옆에서 죽었다. 박지원, 최은아, 손현수. 새벽 3시 12분에 시계판을 보던 그 시간이 마지막이었다는 사실이, 사진 옆에 적힌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신원 미상에서 성명으로 바뀐 그 짧은 시간 안에, 3명이 죽고 1명이 살았다.

점장은 그 3명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F급 미분류 한 명이 살아있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그만큼 멀었다. 가게는 다시 일상의 무음으로 돌아왔다. 나는 진열대 정리를 시작했다. 삼각김밥을 줄 세우고, 컵라면을 향이 위로 향하게 다시 두고, 우유를 유통기한 순으로 정렬했다. 손이 가만히 있을 때 어제 손끝에 남은 마수의 발톱 감각이 떠올랐다. 그것을 진열대 정렬로 덮었다. 일이 손을 멈추게 하면 안 된다. 멈추면 다시 어제로 돌아간다.

오전 9시에 첫 손님이 들어왔다. 회사 가기 전에 라면 사 가는 아저씨였다. 컵라면 두 개, 물 500ml, 삼각김밥 하나. 계산하면서 그가 말했다. "어제 게이트 뉴스 봤어요? F급이 살아남았다며." 나는 봉투를 건네며 "네"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매장을 나섰다. 손님이 나간 뒤 봉투를 쥐었던 손이 한 박자 떨렸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봉투를 들고 출근한다. 그것이 이 도시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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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4분.

매장이 비어 있을 때, 자동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점장도 동료 손님도 아닌, 검정 코트의 여자였다. 신발은 군화. 코트 안쪽에 헌터청 배지가 달려 있었다. 배지 옆에 박힌 등급 — **A급**. 그리고 어제 게이트 앞에서 한 번도 우리 쪽을 보지 않았던 그 얼굴.

한소영.

그녀는 카운터 앞에 서서 가만히 나를 봤다. 3초쯤. 그 3초 동안 점장은 진열대 뒤로 물러났다. 매장 안 공기가 달라졌다. 형광등이 다시 한 번 윙 울렸지만, 그 울림이 평소보다 멀게 들렸다. A급 한 명이 F급이 알바하는 편의점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보기 드문 광경인지, 점장도 알았고 나도 알았다.

"윤재하 씨."

"네."

"어제 게이트에 투입된 F급. 맞아요?"

"네."

"본명을 다시 한 번 확인해도 될까요."

"윤재하."

"주민등록번호."

나는 대답했다. 한소영이 무언가를 적었다. 노트가 아니라, 코트 안쪽에 넣은 단말기에 손가락으로 빠르게 두드렸다. 타이핑 소리가 매장 안에 또렷하게 울렸다.

"어제 게이트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습니까."

그 질문은 형사식이었다. A급이 F급에게 할 질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A급이 하는 질문이었다. A급은 F급의 죽음에 책임지지 않는다. 하지만 A급은 F급의 생환에 의문을 가질 의무는 있다. 그것이 A급의 일이다.

"저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안에서 굉음이 들려서 후퇴했습니다. 그 뒤로 다른 분들은 안으로 들어가셨고, 저는 밖에서 대기하다 부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부대가 돌아오지 않았죠."

"네."

"당신은 부대가 들어가기 전부터 밖에 있었다고요."

"네."

한소영이 단말기에서 무언가를 눌렀다. 화면이 작게 빛났다. 내 진술을 어디엔가 전송하는 모양이었다. 그 빛이 그녀의 얼굴 절반을 비췄다. 눈은 차가웠고, 입은 굳어 있었다.

"당신 손을 보여줄 수 있어요?"

"네?"

"양쪽 손. 손바닥 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보여주었다. 한소영이 1초쯤 내 손바닥을 봤다. 아무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의 눈이 한 번 더 내 가슴 한가운데를 훑었다. 정확히, 어제 마수의 발톱이 박혔던 자리. 짧은 시선이었다. 0.5초쯤. 그 0.5초 동안 그녀의 눈이 한 번 깜빡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봤다**.

"감사합니다. 조사가 필요하면 다시 부르겠습니다."

그녀는 돌아섰다. 매장 문이 닫혔다. 점장이 물었다. "그게 누구였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슴 안쪽에 한 줄의 떨림이 남아 있었다. 한소영이 본 게 내 손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한소영이 본 것은 어제 죽은 자리. 그 자리가 어제와 같이 멀쩡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한. 멀쩡한데 죽었던 자리. 그것을 A급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다시 불린다는 것은, 한 번 더 봐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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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헌터 협회 사무국.

점장에게 1시간 휴가를 받아서 갔다. 협회 2층 대기실. 의자가 8개 있었지만, 나 혼자였다. F급은 협회에 오지 않는다. F급이 협회에 오는 날은 등록 갱신일과 사고 조사일밖에 없다. 두 날 다 좋은 날은 아니다. 창밖으로 어제 게이트 출현 지역이 보였다. 게이트는 봉쇄 테이프만 남아 있었다. 그 안에 레어급 마수는 아직도 있다는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그 마수가 나를 죽였다. 그리고 나를 살렸다. 살린 이유를 아직 모른다.

"윤재하 씨."

직원이 호출했다. 등록 갱신 창구. F급 유지, 재시험 일정 통보. 다음 달 셋째 주 화요일. 합격 시 E급 승급. 불합격 시 F급 강등, 협회 등록 박탈. F급에서 박탈되면 그건 더 이상 헌터가 아니라는 뜻이다. 부모님 기록도 지워진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협회 차원에서 한 가지 안내가 있어요. 어제 게이트 사고 이후, F급 미분류의 안전을 위해 일정 기간 자진 휴식이 가능합니다. 강제는 아닙니다만."

"안 합니다."

직원이 한 박자 멈췄다. 자진 휴식을 거부한 F급이 언제 있었나 보다. F급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진 휴식뿐이고, 그마저 거부하면 F급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걸 모르는 직원은 아니었을 거다. 그냥, 권하는 것이었다. 권할 만한 일이었다. 자진 휴식에 동의하면 F급은 F대로 남고, 부모님 기록은 유지된다. 하지만 협회 시스템은 6개월 후 비활성으로 전환된다. 비활성. 죽은 건 아니지만 살아있지도 않은. 그게 자진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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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11분. 집.

현관문을 닫고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멈췄다. 시야 한가운데, 어제와 같은 자리. 가슴 한가운데. 같은 파란색. 같은 반투명.

``` [ DEATH COUNT 1 / 100 ] [ NEXT DEATH IN: 48:00:00 ] [ 시스템 안내: 다음 사망 시점이 정해졌습니다 ] [ 사망 시뮬레이션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 ```

화면이 사라졌다. 어제처럼 가라앉았다. 파란 불빛만 한 박자 늦게 흩어졌다. 신발 한 짝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倾斜된 신발을 1분쯤 내려다봤다. 신발은 기울어진 채 가만히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48시간.

이틀 후. 정확히 이틀 후. 시스템이 정해준 시각에, 내 몸 어딘가에서 사망 시뮬레이션이 진행된다. 어떻게 죽을지, 어디서 죽을지, 누구에 의해 죽을지. 그것을 선택하는 건 내가 아니다. 시스템이 정한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다만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어제는 그게 끝이었지만 오늘은 **그 다음**이 시작된다는 거다. 1번 죽었다. 다음은 2번. 2번이 끝나면 3번. 그게 100번까지. 그리고 100번의 다음은, 진짜 끝.

시선이 한쪽으로 갔다. 협회 등록 카드. 책상 위. 다음 달 재시험 일정표. 그리고 핸드폰. 한소영이 부르면 다시 가야 할 수도 있다. 가야 한다. F급이 협회 호출을 거부하면 등록이 박탈된다. 박탈되면, 부모님은 다시 죽는다.

나는 다시 일을 했다. 커피포트에 물을 채우고, 전기포트 버튼을 눌렀다.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48시간을 견디는 법의 시작이었다. 48시간 동안, 나는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있어야 할 이유는 4가지였다. 알바비, 등록 유지비, 부모님 기록, 그리고 한소영이 다시 부를 조사. 그 4가지가 48시간을 버티는 데 충분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그랬던 것처럼 4가지가 4가지보다 많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어제는 1가지였으니까. 죽지 않겠다는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이 어제 내게 충분했는지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어제 죽지 않은 건 내가 버텨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살려서였다.

``` [ DEATH COUNT 1 / 100 ] [ NEXT DEATH IN: 47:52: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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